태일이...그 후...
2009. 5. 12. 02:13ㆍ이런저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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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그려진 책이지만,
전태일의 고난과 고뇌를 너무나 잘 그려낸 듯 하다.
노동현실과 그런 사회에 맞서지 않고 살았다면
누구보다도 더 잘 살수 있는 능력과 성실과 실력까지 갖췄던 전태일...
그런 자기의 이익보다, 어둡고, 먼지투성인 공장안에서
아침 8시부터 밤 10시, 11시까지...15시간 이상을
햇빛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일만 하며
인간이하의 생활을 해야하는 어린 여공들의 권익을 위했던
전태일의 삶에 눈물을 흘리기에 충분하리만큼 잘 그려냈다.
정치적 이유때문에...
부정부패 때문에...
온갖 감언이설로...
한낱 풀피리 소리같은 외침에
꿈쩍도 하지 않았을 현실...
너무나 눈에 훤히 보이는 그 날들의 현실...
제 아무리 몸 부림쳐도, 전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현실...
법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들도...
법을 지키는 지 확인하고, 감시해야하는 경찰들도...
그 시절의 그들...욕지거리만 가득 생각나게 하는 그들...
사리사욕에...자기들의 귀찮아짐에...윗 동네의 눈치에...
온 세상이 다 자기들이 아는 것이 다 인양...
무시하고, 개념치 않았을 그들...
갈기갈기 찢어죽여도 시원찮았을 그들...
그들이 주류인 그 현실...
그 현실속에서 느꼈을 전태일의 마음을, 고뇌를, 가슴 저림을
조금이나마...이제서야...이해할 수 있는 듯 하다.
그저 시키는 대로,
그저 주는 대로
그렇게만 살았던 바보 같았던 시절에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모였던 바보회에서 출발해
고뇌와 방황을 통해 다시 돌아와 만든 삼동친목회...
온갖 거짓들로, 온갖 회유책으로, 온갖 감언이설로
속이는 모든 것들의 벽을 넘어
세상속에 끔찍한 그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
1970년 11월 13일...
청계천 평화시장 앞 광장...
전태일은 자신에게 노동운동을 하게 해준,
자신들이 바보처럼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근로기준법 해설서를 화형시키며,
자신까지도 불지르게된다.
불이 붙은 몸으로도
"근로기준법 준수"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하라"
구호를 외치고,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
또 다시 구호를 외치다 쓰러졌다.
그렇게 몸 속까지 타버린 와중에도
어머니를 위로하고, 자기가 다 하지 못한 것들을
이루지 못한 것들을 꼭 이뤄달라고 말하며
생을 마감한다.
그렇게 젊은 날의 전태일을 사지로 몰아넣은 장본인들은
공무원 집안이었네...
경찰 집안이네...
부자네...랍시며, 희희낙낙하면서
그날의 과오는 다 잊고, 떵떵거리면서 살았을테지...
지금도 그렇게들 살고 있겠지?
정말 끔찍하고, 역겹다...
그런 그들을 어찌하지 못하고,
자신을 불살라 한 줄기 빛으로 세상에 알린
전태일에게 열사라는 칭호는 너무나 가볍기만 해보인다.